53회 이은희씨 이야기(청와대 근무)
글쓴이: 김종두 / 2003.12.20 / http://cafe.daum.net/sgch/7jq/140
청와대에 근무하는 53회 이 은희씨 이야기를 올려드립니다.
이 글은 동창회 홈페이지(http://www.seoul-gchs.seoul.kr/~reunion)에 올라온 이은희님의 글을 복사했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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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두 선생님. 일찍 연락을 받았는데 늘 바쁘게 돌아가는 일때문에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서울여상을 생각하니 지난 시간의 친구들과 아픔이 떠오릅니다.
다소 구구절절한 제 개인의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고하시고 우리 후배들에게 이런 선배도 있었구나... 작은 힘이 되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선생님의 노력으로 다시 서울여상을 생각하고 나의 후배들이 있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는 깨우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영득선생님께도 안부전해 주십시오.
저의 2학년 담임선생님이셨습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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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15 이은희 씀.
▶ 53회 이 은 희 ◀
1983년 서울여상 졸업. 대한재보험주식회사 근무.
1985년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철학과 입학
1988년 연세대학교 제1대 총여학생회장.
1991년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철학과 졸업
1995년 연세대학교 여성연구소 상임간사.
1998년 서울시 마포구의회 구의원 출마, 낙선.
2000년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지방자치전공) 졸업.
논문: [한국여성의 정치참여에 관한 연구]
2001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 후보 노무현 상임고문의
여성특별보좌관
2002년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비서실
정무2팀의 부팀장.
2003년 대통령인수위원회 비서실 정무비서.
2003년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실 행정관(3급)발령, 근무中
여고시절의 꿈과 추억이 담긴
홍제동의 서울여상 교정을 뒤로 하고,
학교를 떠난 지도 벌써 20여년이 다 되어 갑니다.
돌이켜 보면, 여고시절 3년은
서울여상인으로서의 도도한 자존심과 자만심으로
삶에 대한 도전과 미래를 꿈꾸기도 하였고,
부질없는 방황과 절망으로
인생에 대한 반항심도 충만했던 청소년시절이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짧은 직장생활에서
남성위주의 사회생활에서 여성이라는 것.
학벌과 학력위주사회에서 상고 졸업생이라는 것은
혼자의 힘으로 무너트리기 어려운
거대하고 냉정한 현실의 장벽이었습니다.
집안형편도 어렵고 동생들의 학비걱정도 많았지만
꿈도 많고 욕심도 컷던 나는
주경야독할 수 있는 야간대학이 아니라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로
연세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2년 동안, 홀로 외롭게 공부하던 나를
여행원의 작은 월급봉투를 쪼개 학원비를 대주던
서울여상의 내 친구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최미자, 이윤재, 신명숙, 최성순...
서울여상 졸업생으로, 친구들에게 동생들에게
자부심이 되고 싶었던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그들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1985년에 입학한 나의 대학생활은
[1980년 광주 5월 항쟁]의 진실과
전두환정권의 쿠데타,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점차 바뀌어갔습니다.
강의실에서 교수에게 배우는게 아니라
도서관앞 민주광장에서 선후배들과 토론하게 되었습니다.
내 학비와 동생들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장학금을 받기위해 발을 동동거리기도 했지만
학생운동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꺽지 못했습니다.
[87년 6월항쟁]의 현장에 있었다는 기쁨은
지금도 나를 설레게 하는 국민의 함성이었습니다.
87년 겨울 대통령 선거때는 삭발과 단식투쟁을 하며
김영삼·김대중 후보의 단합을 요구했지만
끝내 분열했고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의 안타까움.
88년 봄에는 연세대학교의 제1대 총여학생회장에
선출되었고 1년을 하루같이 바쁘게 생활했습니다.
그 당시 1년동안
나는 국가보안법위반으로 3개월을 구치소에 가기도 하고,
[학생통일운동의 메카]로 불리는 연세대학교에서는
늘 대규모 시위와 최루탄, 화염병이 난무했고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성명과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습니다.
지금도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그 때의 시간이
내 인생의 가장 치열하고 가장 헌신적이며
역사와 사회발전에 대한 순수한 정열로 가득찼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고뇌와 고통조차도
내 인생에는 충분히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들이었습니다.
91년에 저는 결혼을 했습니다.
88년 당시에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이었던 그는
학번은 같지만 저보다 2살이 연하인 사람입니다.
지금은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인 두 아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결혼할 때 두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하나는 집안일과 생활을 나누어 서로 나누어 하는 것,
하나는 경제적인 책임을 5년씩 나누어 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결혼하면서부터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는 5년동안
미술학원을 운영하면서 경제적인 책임을 제가 졌습니다.
남편은 부드럽고 자상하고 친절하고 낙천적인 사람이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의 가사일과 육아를
분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너무 친구가 많고 만남이 많고
돈되지 않는 사회활동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약속한 대로, 5년 후
저의 일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4살, 1살짜리 갓난아이를 키우면서
온갖 걱정거리와 집안일,
무엇을 할지 막연한 미래에 대해 불안했지만
무엇이든 지금 시작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내 인생을 개척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더 컷습니다.
남편은 회사를 운영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고
저는 돈 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사회경험을 쌓았습니다.
저는 평소에 여성과 지역운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연세대학교 여성연구소 상근간사를 시작으로
여러 여성단체의 활동을 하고, 여성 심리상담등의 공부도 하고
시민단체의 지역 활동을 돕기도 했습니다.
또, 91년 결혼직전에 치러진 지방의회선거에서
여성시의원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했던 경험으로
95년 6월에는 지방의원 후보의 홍보팀장을 했습니다.
여성이 지역의 살림살이에서부터
정치적 경험을 넓히고 행정능력과 활동의 지도력을
훈련하기에 지방의회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결국, 좀 더 체계적인 행정이론정립을 위해
97년에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입학하였고,
이듬 해에는, 제 스스로 여성의 지방의회활동의
모범과 선례를 만들고 참여를 독려하기위해
마포구의 지방의원에 출마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당연히 당선될 것이라고 믿었던 선거에서 낙선했고
저의 좌절감과 모멸감은 상당히 깊었습니다.
유권자들은
깨끗한 정치와 올바른 사람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상황에서 뱀또아리같이 지역에 웅크려
살고 있는 많은 노인들과 아줌마들은
밥 한끼, 돈 한푼을 원하고 입에 발린 말에 현혹됩니다.
젊고 의식있는 사람들은 정치에 염증을 내고
관심 없다는 표현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선되지 말아야 할 사람이 당선되고
돈정치, 부정부패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작은 동네에서부터 정치의 모범을 만들려고 했던
저의 시도는 실패했지만 저는 새로운 것을 배웠습니다.
작은 동네에서 부터가 아니라
현실정치를 감싸고 있는 큰 정치의 틀에서부터
바꾸어 나가는 것이 우선과제라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저에게는
제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했던
중요한 시기들이 있었습니다. 제 스스로 결정했기에
그에 따른 실패의 고통과 성취의 기쁨도
온전히 저의 몫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것입니다.
두번째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것입니다.
세번째는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일하기로 한 것입니다 .
작은정치의 모범을 만들고 싶었던 저는
실패의 경험에서 주저앉지 않고
제 삶의 방향을 다시 정립했습니다.
정당의 지역구활동, 여성신문의 지사장 활동,
시민단체의 지역주민활동 등을 하면서 저는
지역주민의 의식과 생활구조, 정치의식등을 총괄하였고
이를 여성의 정치의식과 정치발전의 상관관계에 관한
논문을 썼습니다. 그리고 제 스스로 중앙정치로 진출하였습니다.
정치가 바뀌어야
여성의 생활과 의식, 경제 모든 것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는
서울여상 출신으로는 처음
정치활동을 해왔고, 또 청와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고 시절 저의 꿈은 신문기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회정치 평론도 쓰고 세상살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잡지나 출판사를 운영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서울여상의 많은 친구들과 선후배 여러분.
여러분들이 일하고 있는 분야와
저의 일은 많이 색다르고 낯설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분야에서 일하든지
자신의 분야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일한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공정하게 서로를 예우하고
어려운 이웃을 따뜻하게 배려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우리 모두가 각자의 몫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 서울여상인들이
정치란 나와 먼 이야기로 배타하지 말고
다같이 함께 사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난한 노력의 과정으로 지켜보고 관심 가져야 할
영역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과 기회와 조건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또 다른 나의 일을 준비하고 계획할 것입니다.
언젠가 나에게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충분히 그 몫을 감당하기 위하여
더 공부하고 더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저는 내 아이들에게, 나의 가난했던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그리고 우리 서울여상의 친구, 선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항상 낙관적인 자세로 절제하며 노력하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들이
후배들에게 미래의 희망과 꿈을 키우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구구절절했습니다. 양해해 주시고
후배 여러분들이
불안과 좌절, 꿈과 희망이 교차하는 여고시절을
알차게 보내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저도 여러분도 [삶의 개척자]로 열심히 생활합시다.
2003.12.15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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