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행은 아타베스칸 인디언 마을에 도착해서 350년전 러시아 선교사들에 의해 전파된 정교회를 둘러보았다. 십자가의 모양이 조금 특이하고 교회내부는 형형색색의 성화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오색찬란한 원색으로 장식된 크고 작은 개집들이 교회 한쪽에 올망쫄망 자리잡고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형형색색인 개집은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묘지라고 했다. 우리 일행은 특이한 묘지에 눈을 떼지 못하고 한동안 아리송한 기분으로 묘지들을 둘러보았다.
햇볕은 따가웁게 내리쬐는데 스치는 바람은 싸늘한 묘한 날씨와 오색의 묘지가 그곳을 서둘러 빠져 나오게 충동질 하였다. 싱글핸디인 남편은 기분전환으로 시원스럽게 탁트인 골프장을 거론했고 밤 열한시까지 훤한 초원위에서 골프를 치고 호텔로 돌아와도 역시 대낮같은 밤은 계속 이어졌다.
알라스카의 겨울은 온통 눈속에 파뭍혀 깜깜한 밤으로 지낸다고 한다. 깜깜한 아침에 아이들이 학교로 등교해서 깜깜한 오후에 집으로 돌아오는곳. 집도 길도 도로도 눈속에 자취를 감추고 오직 하얀눈과 까만밤으로 몇달을 지내는곳. 달빛에 눈이 반사되어 가로등이 필요없는 알라스카의 겨울거리. 겨울 밤하늘에 뜨는 신비로운 오로라를 보면 아들을 낳는다고 믿는 일본인들로 인해서 깜깜한 겨울의 알라스카는 늘 붐비고 있다고 한다.
교통수단으로 개썰매와 경비행기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겨울의 알라스카. 우리는 개썰배 본부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개(말라뮤트)를 여름에 훈련시켜서 겨울에 썰매를 끌 수 있도록 하는 훈련장에서 바퀴가 달린 썰매을 타고 우린 잠시 상상의 에스키모인이 되어 보았습니다.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새로 태어난 강아지들과 어미 말라뮤트들을 돌봐주고 있었다. 수의과를 공부하고 있다는 아르바이트 여대생이 여우같이 생긴 강아지 알라뮤트를 안고 나와서 한번 안아 보란다. 여우같이 생긴 강아지 알라뮤트가 어찌나 귀여운지.... 낮게 드리우진 비구름이 간간히 퍼붙은 비를 피해 호텔로 다시 돌아왔지만 하얀밤에 쏟아지는 빗소리로 알라스카의 밤은 하얗게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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